칼럼

이제는 대한민국 국격 생각할 때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졌다. 국가와 국민을 우롱하고 국정에 개입하거나 농단한 죄이다. 그것도 오로지 사익을 위해 국기를 문란했으니 조선시대였으면 대역 죄인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이 준 대통령의 무소불위 국가 권력을 박 대통령이 아닌 자신이 함부로 휘두르며 온갖 이권에 개입하고 이런 이권을 제대로 챙기기 위해 정부 조직의 요직에 자기 사람을 심는 국가인사 농단까지 서슴지 않았다. 박 대통령과의 40년 인연을 마음껏 활용하며 국민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도록 한 것이다. 세계 11위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위상까지 추락시킨 장본인이다.


 최순실은 국가 최고 권력의 청와대를 제집 드나들 듯 출입 하면서 박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을 불러놓고 국정을 좌지우지한 흔적까지 있다.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들에게 마치 하인 다루듯 지시하고 정부부처 차관을 수행비서로 취급했다고 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대통령의 연설문 수정은 약과다. 관례에도 없는 대통령의 해외순방 전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도록 종용 하는가 하면 엄중해야 할 청와대 출입 보안 매뉴얼을 유린해 국가 안위를 아찔하게 만들었다. 경제수석을 앞세워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자금 774억원을 거둬들였다. 청와대 주방의 조리장은 최순실에게 끼니 제공 뿐 만 아니라 심지어는 김밥까지 싸줘야 했다고 하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말문이 막힌다. 국가의 심장부를 사실상 최순실이 장악한 것이나 다름없다. ‘1+1 대통령’ 중 하나였다.


 이 뿐 아니다. 자신의 딸을 위해 고교와 대학 학사에 깊숙이 개입해 편법 졸업과 입학을 일삼는 등 교육계를 농단했다. 딸의 승마 특기자 대학특례 입학을 위해 승마협회 등을 초토화 하고 문화체육부 고위공직자를 하루아침에 옷 벗게 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이권을 챙길 요량으로 호락호락하지 않는 조직위원장을 갈아 치우는 조폭 수준의 전횡을 일삼았다. 삼성그룹으로부터 수십억원을 뜯어내 딸의 ‘도쿄올림픽 메달 프로젝트’를 가동시킨 정황의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고 있다. 문화계를 장악할 목적으로 최대의 걸림돌인 CJ그룹 인사에 개입하는가 하면 수천억원의 문화관련 정부 예산까지 넘보며 사전 작업까지 마친 상태다. 문체부가 뒤늦게 이른바 ‘최순실 예산’ 솎아내기를 한 것만 봐도 그렇다.





 최순실의 이런 국정농단은 대통령의 비호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 만큼 박 대통령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정치적으로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특검 수사까지 본격화되고 있는데도 여전히 자신의 억울함만 토로하고 있다. 최순실은 자신과는 눈도 못 마주치던 한낱 시녀 같은 사람인데 나라를 이 꼴로 만들었다면서 최순실의 실체 자체를 몰랐다는 식으로 발뺌했다. 자신은 지금까지 단 한 푼도 사사로이 챙긴 일이 없다고 항변했다. 그래서 ‘피눈물이 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 것 같다’며 억울함을 대변했다. 박 대통령의 말이 전적으로 맞다 치자. 그러나 대통령은 만인의 모범이 돼야 하고 도덕적으로도 어떤 흠결을 만들어서는 안 되는 자리다. 측근 관리도 그 만큼 더 엄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순실 개인의 일탈로만 떠넘길 일이 아니다. 측근을 잘 관리 하지 못한 책임은 분명 대통령에게 있다.


 박 대통령은 세간에서 제기되고 있는 갖가지 의혹들에 대해 단 한번도 인정 하거나 속 시원하게 해명을 한 적이 없다. 그러다보니 소문에 소문이 꼬리를 문다.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만 보더라도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대통령 본인이 직접 소상하게 밝히면 될 일이다. 입을 열기가 죽기보다 싫은 것 같다. 국민을 위해 죽고 살겠다고 맹세하고 대통령이 됐으면 국민이 원하는 것을 속 시원히 풀어 주는 것도 대통령의 할 일 아닌가. 이렇다보니 언론의 추측성 뉴스만 넘쳐난다. 박 대통령은 만사가 이렇다. 지지율 5%가 다 이유가 있다. 탄핵의 공을 받은 헌법재판소가 심리하고 결정을 내릴 때까지 국정혼란은 불가피하다. 이미 국민이 원하지 않는 대통령이 돼 버렸는데도 법으로 잘잘못을 가려볼 생각이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이다. 박 대통령이 늘 외쳐온 민생은 차가운 겨울바람 속으로 내몰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고 상품에 품격이 있듯이 국가에도 그에 맞는 격이 있다. 바로 국격(國格)이다. 대한민국의 국격은 어떤가. 세계 10위권 진입을 눈앞에 둔 경제부국이자 전 세계인이 갈망하는 한류의 본산지다. 1988서울하계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축구, 개최를 앞두고 있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등을 통해 위상이 한없이 높아진 상태다. 이런 국격은 수출 대한민국을 만든 원동력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격이 치명상을 입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주요 언론들은 ‘최순실 게이트’를 앞 다퉈 연일 주요 기사로 다룬다. 미국 CNN은 ‘박 대통령은 최순실의 꼭두각시였다’고 표현하는가 하면 영국의 가디언은 ‘사이비 종교 교주의 딸이 국정에 개입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세계 언론의 조롱거리가 됐다. 참으로 낯부끄럽다.


 중국의 가장 오랜 자전인 설문해자(說文解字)는 ‘국격’의 격(格)을 ‘큰 나무의 긴 가지(樹高長枝爲格)’로 설명했다. 나무의 ‘굵은 가지’가 튼튼해야 잔가지와 잎이 풍성해진다는 뜻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굵은 가지’는 온갖 생채기로 고사 직전이다. 상처를 치료하거나 달려드는 해충을 방제하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다. 정치권은 국정조사를 한답시고 온갖 풍문을 청문회장에 들고 들어와 까발리기에 바쁘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당권을 놓고 친박과 비주류가 생사를 건 싸움질이다. 야당은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 승리감에 도취해 차기 대권 놀음에 빠져있다. 민생 챙기기는 뒷전이다. 언론은 수개월째 벌이고 있는 특종 경쟁을 빌미로 폭로성 보도에 이골이 날 정도다. 정치권과 언론 모두 이제는 국익차원에서 국격을 생각해야 할 때다. 우리의 치부를 드러내 득 볼게 뭐가 있겠나 싶다. 자중자애 해야 한다. 수백만 촛불 민심을 거슬려서는 안된다. 세계의 이목이 대한민국에 쏠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