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혼란과 갈등의 병신(丙申)년 2016년이 가고 2017년 새해가 밝았다. 해가 바뀔 때면 의례히 지난해의 아쉬움으로 새해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아직 음력 새해의 해가 뜬 것은 아니지만 ‘붉은 닭의 해’라는 2017년 정유(丁酉)년 새해를 맞고도 마음이 그다지 편치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국민 모두 되새기고 싶지 않은 2016년의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일 것이다.    


 2016년 한해는 한마디로 ‘민심과 대통령의 충돌’로 점철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천심인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민심을 파악할 생각이나 의지조차 없었던 것 같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주류 세력인 친박(친박근혜)계는 오로지 박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 경쟁을 하며 민심 읽기를 외면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친박들의 민심 이반적 무한질주에 제동을 걸기는커녕 그들의 충성심을 내심 즐기며 묵인했을지 모른다. 16년만의 ‘여소야대’와 선거 참패는 뻔한 수순이었다. 대신에 국정 추진의 동력을 깡그리 상실했다. 

 사드 갈등 또한 마찬가지다. 또 한번 민심과의 충돌이었다. 사드 부지 선정과 관련한 지역 주민 설명과 같은 사전 조치를 무시했다. ‘불통’ 박 대통령 정부의 진면목을 보인 현장이다. 마치 누가 알기라도 하면 훼방이라도 놓을까봐 걱정을 했는지 경북 성주 성산포대를 후보지로 ‘깜짝’ 발표했다. 해당 지역 주민의 거센 반발에 후보지 변경 선언 등 갈팡질팡 정책을 펼치다 결국은 사드 찬성과 반대로 국론을 두 동강 냈다.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불러온 것은 당연하다.  





 듣도 보도 못한 ‘최순실 사태’는 온 나라를 들쑤셔놓았다.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이 벌인 국정 개입과 국기 문란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국민의 분노와 좌절감, 허탈감, 배신감이 극에 달했다. 모든 국정은 ‘최순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공백상태라는 말이 맞을 정도다. 민생과 국가경제는 국회 국정조사, 특검수사, 박 대통령 탄핵소추 등에 휩쓸려 관심 밖이 됐다. 이 모든 것은 최순실이라는 한 민간인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며 국정을 농단하도록 한 박 대통령의 책임이다. 무려 10주에 걸쳐 1천만개가 넘는 민심의 촛불이 전국에서 불타도록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의 국격이 대통령에 의해 크게 손상됐다.    


 어찌됐던 2017년 첫날의 밝은 해는 온 나라를 비추며 어김없이 떠올랐다. 그러나 우리를 맞이한 2017년은 결코 호락호락할 것 같지 않다.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한해가 될 것 같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말이 민망할지 모른다. 온통 불확실성뿐인데다 보내야할 묵은해가 새해를 걸치고 있으니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는 말이 오히려 무색하다.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묵은해를 떨쳐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국가적으로는 향후 운명이 걸린 한 해인지도 모른다.


 2017년은 분명 대한민국의 격변기이다. 최순실 사태의 짙은 그림자가 여전히 2017년 새해 벽두를 덮고 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관련한 특검 수사는 진행형이다. 박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한 특검이다. 당분간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될 곳이기도 하다. 국정농단의 죄를 심판해 주길 바라는 국민의 염원이 실린 수사이다. 수사결과에 따라 민심이 크게 요동칠 수 있는 부분이다. 국민이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가 분명한데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후폭풍은 메가톤급이 될 것이다. 수습 불가능 상태가 염려된다.





 대통령직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한 박 대통령의 잘잘못에 대한 심판도 우리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 국회를 통과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 법정에 올라 있다. 대통령 자격을 따지는 역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 심판이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대통령을 다시 뽑아야 한다.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역사적 오점과 함께 정국의 대혼란은 불가피하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종식을 위한 개헌 논란과 맞물러 정개개편의 방향도 예측불허다. 국론 분열은 불을 보듯 뻔하다.


 침체 국면의 경제는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조선업계 ‘빅3’는 올해의 화두로 ‘생존’, 즉 살아남기로 정했다고 한다. 참으로 절박하다. 우리 경제의 현실을 대변한다. 수출 증가율은 2015년 -8.0%, 작년 -5.9%를 각각 기록했다. 58년 만에 처음으로 보인 2년 연속 내림세이자 ‘마이너스 터널’에 갇혔다. 정부는 올해 수출을 성장세로 되돌릴 생각이지만 믿음이 안 간다. 또한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6%로 잡았다. 이렇게 되면 2015년 2.6%, 작년 2.7%에 이어 3년 연속 2%대에 발목이 잡힌다. 이처럼 경제 분야도 격랑의 정국 속에서 비빌 언덕이 없어 보인다. 이 모든 것이 지도자를 잘못 뽑은 민초들이 짊어져야할 업보가 될 판이다.





 우리 민족은 역사적으로 어떤 고난 속에서도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다. 오히려 절망을 희망으로 되돌리는 저력을 보였다. 이런 면에서 촛불 민심은 희망의 불씨를 키울 수 있는 힘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7년을 재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자. 이번 기회에 정치, 경제 모두 원점에서 새 판을 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통 분담과 함께 나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 수행에 무엇보다 충실하는 것도 필요하다. 고위 공직자는 공복(公僕)으로서 국민의 심부름꾼이 돼야 한다. 유권자는 귀중한 한 표를 허투루 쓰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 지금의 혼란 정국이 반면교사(反面敎師)다. 


 올 한해는 모든 사람들이 ‘관심’과 ‘용서’, ‘배려’의 아이콘이 됐으면 한다. 간섭이 아닌 관심은 이웃에 대한 배려다. 독거노인이 나홀로 인생을 마감하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용서는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이것 또한 상대에 대한 배려다. 이런 훈훈함이 얼어붙은 정국과 경제를 녹이고 살맛을 느끼게 하지 않을까 한다. 2017년을 지나 2018년에 걸어 볼 수 있는 희망의 끈이라 생각한다. ‘이게 나라야’라는 말을 더 이상 듣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