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中 ‘사드’ 압박, 의연한 대처 필요하다



 중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있어 매우 가까운 이웃 국가다. 또한 경제적, 정치적으로 미국과 다투는 세계2대 강국(G2)이다. 더군다나 북한의 유일무이한 혈맹국이기도 해 우리에게는 이래저래 껄끄러운 상대다. 좋든 싫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이런 중국이 ‘사드’ 문제로 단단히 토라졌다. ‘사드’가 경북 성주에 배치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오로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주장을 미국과 함께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지만 이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 중국은 사실상 미국이 자국의 영토를 감시하기 위한 의도된 ‘사드’ 배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아마도 ‘사드’ 레이더가 감지 할 수 있는 광폭 반경을 의식한 항변이 아닌가 한다. 나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시한폭탄’ 북한을 생각하면 우리로서는 절대 필요한 것이 ‘사드’이지만 중국과 미국 사이에 끼여 피로감만 쌓인다.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는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의 핵심 전력 중 하나로 사거리 3천km급 이하의 단·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고도 40~150km 상공에서 요격해 군 병력과 장비는 물론 인구밀집지역, 핵심시설 등을 방어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공격용이 아닌 순수 방어용이다. 이 정도는 중국도 충분히 알고 있는 사항이다. 그런데도 중국이 괜한 트집을 잡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 때문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사드’의 탐지거리가 800㎞ 정도이고 우리의 수도권조차 제대로 방어권에 포함시킬 수 없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이 필요에 따라 사드의 탐지거리를 3천㎞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의심한다. 말하자면 미국이 중국의 안방까지 들여다볼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미국이 자신들 턱밑까지 다가오는 것에 대한 경계심의 발로가 아닌가 한다.






 중국은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 부지를 확정하고 일부 시설이 한국에 도착하자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는 노골적이고 구체적이다. 중국 정부 차원의 어떤 공식 발표도 없이 이뤄지고 있는 압박이다. 직격탄은 맞은 곳은 롯데그룹이다. 롯데 스카이힐 성주골프장을 ‘사드’ 배치 부지로 제공한 것 때문이다. 롯데마트 중국내 지점 99개 대부분이 소방법과 시설법 위반 등으로 영업정지를 당하거나 시위 등으로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그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다가 갑자기 소방법을 위반했다고 한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사실 소방법 등은 보통 개선요구나 벌금에 그칠 일인데도 영업정지 명령을 내린 것을 보면 다분히 의도된 조치로 보인다. 롯데마트가 영업을 한 달만 중단하면 1천억원 가량의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더군다나 중국내 외국계 유통업체들도 덩달아 한국산 제품의 점포 내 반입 중지 등 사실상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추세다. 이 정도면 압박 수준을 넘어 가히 ‘보복’이라 할 만하다. 중국 투자가 후회할 일이 아니길 바란다.


 중국의 한국 압박은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대표적 사례다. 말 그대로 한국과의 교류를 축소하거나 제한하는 것이다. 물론 중국 정부는 이런 ‘한한령’을 단 한번도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그러나 중국 문화계와 연예계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을 보면 암암리 지시나 지침이 내려진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일부 방중 공연에 나설 연예인 등은 비자를 내 주지 않아 공연을 취소하는 사태까지 발생 하고 있다. 또한 한·중 골프대회가 연기됐고 인기 한류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의 방영이 줄줄이 무산되고 있다. 심지어는 2018 러시아 월드축구 예선전 한·중 경기의 한국측 응원단이 탈 전세 항공기 운항마저 허가해 주지 않아 빈축을 샀다. 사실상 전방위적 압박인 셈이다. 이를 보면 세계 2강의 대국이 맞나 싶다.






 우리 관광업계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중국인들의 한국여행 금지령 때문이다. 봄이 온 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다시 한번 꽁꽁 얼게 생겼다. 사드 부지 확정이후 한국관광 상품 판매중단이 이어지면서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유커’들로 가득 했던 서울 한복판 명동거리는 썰렁하기 짝이 없고 줄줄이 한국여행 취소로 여행사와 호텔, 면세점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이달에만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20% 감소했고 면세점 매출은 30%가 준 것만 봐도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특히 단체 중국인 관광객이 많았던 제주도는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인들을 상대로 벌어먹고 살던 서민들에게까지 그 파장이 이어질 판이다. 모든 영업 계획을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맞춰 잡았던 호텔 등 숙박업과 항공업계, 음식점, 쇼핑센터 등은 하루아침에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중국 특수가 졸지에 ‘쪽박’이 될 판이다.


 국가이면 나름 갖춰야 할 품격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국가 간에는 지켜야 할 도의도 있다. 국제 사회의 유지와 공존을 위한 필수 사항이다. 사드 문제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선 중국이 이런 관점에서 강국의 품격에 맞는 처신을 하고 있는지 되짚어볼 일이다. 국가 간에는 크고 작고를 떠나 어떤 나라도 다른 나라에 간섭하거나 압박해서는 안되는 것이 지금의 국제사회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적 고립으로 지구촌에서 버텨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인구 13억의 중국이라 한들 국가 간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갈 방도는 분명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이웃 국가와 잦은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의 영토 분쟁으로 심한 몸살을 겪었다. 대중국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중국인 관광객의 일본 방문이 급감했다. 중국은 대만, 필리핀, 베트남 등과도 갈등을 겪고 있다. 무슨 정략적 의도가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웃이 멀리 있는 사촌보다 낫다’는 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경제적 동반자로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중국의 요란한 압박 공세에도 우리 정부는 어떤 움직임도 없는 것 같아 안타깝고 답답하다. 산업은행은 중국의 사드 압박이 지속될 경우 경제적 피해규모가 2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코 가볍게 볼 일은 아닌 듯하다.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뾰족한 대책 하나 내놓지 않고 있다. 롯데가 국가를 위해 사드 부지를 제공한 대가로 중국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당하다시피 하는데도 일언반구도 없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피해를 본 관광업계에 4천억원대의 금융 지원에 나서겠다는 것이 고작이다. 이러니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만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외교적 노력은 눈을 닦고 봐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 분명한 외교력 부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에 이은 조기 대통령선거라는 정치적 과도기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할 것은 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 아닌가. 그냥 손 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저자세로 중국에 대응하라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체면을 살려 주면서 설득할 수 있는 의연하면서도 집요한 외교 능력을 주문하는 것이다. 한국인의 중국 관광 금지령과 같은 중국식 ‘맞불’은 권장할만한 사항은 아니다. 이번 기회에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다변화 노력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중국의 강도 높은 압박에도 슬기롭게 버텨 이제는 한국보다 많은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정도라고 한다. 일본의 사례를 교훈 삼아 장기적 대응 전략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