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돈봉투 만찬’ 사건에 발목 잡힌 검찰



 중국말 가운데 ‘지아요우(加油)’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힘내라는 뜻의 ‘화이팅’을 중국말로 표현한 것이다. 격려나 응원할 때 많이 쓴다. 말 그대로 불씨가 막 살아나고 있는데 기름을 끼얹는다면 불꽃이 엄청나게 일어날 것이다. 한자를 아는 사람이면 글자를 보고도 무슨 뜻인지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니 참으로 적절한 단어 같다. 힘을 더 내거나 가일층 노력을 하라는 좋은 의미가 담겨 있다. ‘불난 집에 부채질’처럼 막 시작단계에 있는 어떤 사건이 또 다른 관련 변수로 인해 급전직하(急轉直下) 속도를 낼 수밖에 없을 때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새 정부가 막 들어서자마자 검찰 개혁이 최우선 현안으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기 20일 전에 터진 ‘돈봉투 만찬’ 사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내세운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가 검찰 개혁 아닌가. 그런데 검찰과 법무부 간부들이 술을 곁들인 이상한(?) 만찬을 갖고 돈봉투를 주고 받았으니 불씨를 갖고 스스로 기름통에 뛰어든 꼴이다. 그야말로 ‘가유(加油)’다. 문 대통령은 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자리에 검찰과 인연이 전무한 인물을 기용했다. 검찰개혁의 드라이브를 제대로 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설상가상이겠지만 검찰이 미운 털로 보이는 새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는 검찰이 발목 한번 제대로 잡혔다는 생각이다.

 ‘돈봉투 만찬’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에 참여한 간부 검사 등 7명,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등 법무부 검찰국 간부 3명 등 10명은 4월21일 서울 서초구 한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기소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불구속 기소 등으로 특수본 수사가 마무리된 뒤 나흘 만에 만들어진 자리다. 안 국장은 이 자리에서 특수본 수사팀장들에게 70만·100만 원씩, 이 지검장은 법무부 검찰국 1, 2과장에게 100만 원씩의 격려금을 각각 건넸다. 그들이 주고받은 대화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당연히 큰 파장을 불러왔다.






 연인원 수천만명의 촛불 집회, 국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파면 등으로 정국이 소용돌이치고 대통령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판국에 검찰의 내로라는 파워맨들이 무엇 때문에 한 자리에 모였고 돈봉투는 왜 주고 받았는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겉으로는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을 불러온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느라 고생한 검찰인력들을 격려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마다 집권하면 검찰 개혁을 부르짖고 있고 최순실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검찰 내 우병우 전 수석 라인의 작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 당시의 전후 상황 아니던가. 검찰 고위직 간부가 이를 몰랐을 리가 더더욱 없다. 검찰 내에 만연해 있는 오만으로 밖엔 달리 해석이 안된다. 성역화 된 검찰 내부의 분위기를 짐작하고도 남는 사건이다.


 격려차원에서 밥 한 그릇 같이 한 것을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할 사안은 아니다. 그동안 팀을 이뤄 밤낮으로 고생했으니 ‘쫑파티’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밥 먹는 자리에서 돈봉투가 오간 것에 있다. 격려금이면 당연히 법무부장관이 줘야 한다. 일반 기업에서도 업무처리에 따라 사장이 격려금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검찰의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내 요직인 검찰국장과 검찰 내 최고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이 돈봉투를 돌렸다. 이 돈은 정부 예산으로 편성된 특수활동비 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수사와 관련이 없는 데에 특수활동비를 썼으니 횡령이고 법무부와 검찰 간의 조직서열로 볼 때 뇌물 또는 부정청탁 등에 해당될 수 있다. 혹시나 수사와 관련한 사례금은 아닌지 소상히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안 국장은 국정농단사건과 관련해 우병우 전 수석과 수천통의 전화를 주고받은 사실을 보면 이런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법무부 검찰국 과장 2명은 만찬 다음날 격려금을 반납했다고 한다. 뭔가 찜찜한 구석이 많았던 것이다. 법무부의 하급기관인 검찰 간부가 준 돈이니 상납이자 뇌물로 오해할 소지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당연히 부정청탁방지법 일명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다.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인데도 학생이 교사에게 카네이션 꽃 하나 줄 수 없다고 하는데 법을 집행해야 할 검찰 간부들이 특수활동비를 자신들의 용돈인냥 주거니 받거니 했으니 어이가 없다. 세상의 비리에 맞서 정의 구현에 앞장서겠다며 선서를 했을 검사들이 아닌가. 이러니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커지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사건을 공직기강의 문제로 보고 철저하게 감찰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의 사의 표명에도 청와대는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때까지 사표를 수리하지 않기로 하고 좌천 인사발령을 냈다. 당연한 조치다. 예전 같으면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을 검찰이 이번에는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 일벌백계 차원에서 다뤄야 마땅하다. ‘공직기강 확립’ 차원을 넘어 검찰개혁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검찰은 권력을 향한 해바라기였다. 불의를 다스리기는커녕 기소권 남용으로 법을 왜곡시키는데 앞장선 것이 사실이다. 정치 검사들이 판을 치면서 출세를 위해 정권과 타협하면서 사실상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해 왔다. 법 앞의 평등을 바랐던 국민들이 실망한 것은 당연하다.


 이번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특수활동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기관마다 배정돼 있는 활동비다. 기밀유지가 필요한 국정수행 때 쓰이는 돈이다. 돈을 쓰고도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국가 예산이다. 그래서 정부기관과 공직자들이 쌈짓돈처럼 사용해 늘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특수활동비 예산 규모는 엄청나다.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2016년까지 10년간 편성된 정부의 특수활동비 예산은 무려 8조5천630억원이다. 이 중 국가정보원이 4조7천600억원을 사용해 가장 많고 그 다음은 국방부 1조6천500억원, 경찰청 1조2천550억원, 법무부 2천660억원, 청와대 2천510억 원 등의 순이다. 올해도 법무부를 포함해 정부 19개 기관에 배정된 특수활동비 전체 규모는 8천990억원이다. 이 가운데 검찰은 289억원을 배정받았다. 이 모든 것이 국민의 혈세다. 국정을 펼치는 데에 무슨 비밀스런 일이 그토록 많아 엄청난 예산이 필요한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요즈음 같은 세상에 절대 비밀이 존재하긴 어렵다.


 특수활동비가 정당한 국정수행 활동에 쓰인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당한 활동인지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방법은 없다. 그래서 예산 자체가 왜곡돼 사용될 소지가 많다. 기관장과 관련 공직자들에게는 ‘눈먼 돈’이나 마찬가지다. ‘깜깜이’ 국정이 비리를 불러 오는 법이다. 일반 기업의 비자금을 한번 보자. 기업이 떳떳하게 비용으로 처리 할 수 없는 이른바 뇌물 등의 용도로 쓰기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조성하는 돈이다. 돈의 출처는 다르지만 쓰임새는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와 다를 바 없다. 정부가 기업의 비자금을 엄격히 다루는 이유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정부의 특수활동비가 이번 ‘돈봉투 만찬’ 사건처럼 더 이상 엉뚱한 곳에 쓰여서는 안될 것이다. 특수활동비 편성을 최소화하거나 이참에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특수활동비 전반에 대한 점검이 열린 정부, 투명한 국정 추진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