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재인 정부’ 한 달, 기대감이 더 컸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한 달을 맞았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의 행보를 두고 이렇다 저렇다 전체를 평가하기는 섣부른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헌정사상 유례없는 사건으로 조기에 치러진 대통령선거여서 정권인수 기간 없이 청와대 비서진만을 우선 꾸린 채 국정의 첫 발을 내디뎠으니 더더욱 그렇다. 문재인 정부 또한 역대 대통령처럼 예외 없이 여전히 ‘우려 반 기대 반’ 속에서 출발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당선직후 몇 달간은 요란한 움직임을 보이다가 차츰 초심을 잃어가면서 실망을 안겨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니 국민들 마음은 아직은 혹시나 하는 우려감을 완전히 떨쳐버리진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섣불리 호불호(好不好)를 보이기보다는 관찰기간을 충분히 가진 뒤 평가는 그 다음에 하겠다는 뜻이다. 임기 초기에 기대감을 가졌다가 실망과 함께 자책했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어찌됐던 출범과 함께 보인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역대 대통령과는 사뭇 달랐다. 그의 말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모로 국정을 경험하고 한 번의 대선 낙선을 통해 터득한 대통령의 바른 자세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듯 한 행보였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취임 후 한 달을 대표할만한 단어를 고른다면 ‘파격’이라는 말이 적합할 정도로 국민적 관심을 끌만 했다. 준비된 대통령의 면모를 일단은 보여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 권위를 앞세우기 보다는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후보 시절 내내 밝힌 소신이다. 그래서 ‘파격’으로 실천의 의지를 강력하게 나타냈다. 어찌 보면 직전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일 수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에게 실망을 이만저만 시킨 것이 아니니 조금만 달리해도 그의 행보가 돋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 여부는 차후 문제이다. 출발은 일단 신선함 그 자체로 간주하고 싶다.






 취임 후 한 달은 이런 그의 소신을 그대로 실천했다는 평가다. 한 달간의 행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탈 권위’와 ‘격식의 파괴’다. 국회에서 열린 그의 취임행사를 한번 보자. 보통이면 대통령이라는 권위와 위엄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식장 분위기의 분위기가 숨소리 하나 크게 낼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달랐다. 취임선서 후  여야 지도부와 당직자는 물론 일반 시민과 어우러져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고 인사를 나눴다. 이전에는 결코 없던 일이다. 그리고 어색하지도 않았다.


 이외에도 관저가 정비되기 전까지 홍은동 사저에서 청와대로 출근할 때마다 주민의 '셀카' 요구에 일일이 응하는가 하면 청와대에 견학 온 어린이들을 보고 차에서 내려 먼저 인사를 건네고 사인 받을 노트를 가방에서 꺼내는 어린이를 한참 동안 기다려준 것도 국민과 눈높이에 맞춘 대통령의 행보다. 호사가들은 이 모든 것이 자칫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니냐 매도할 수도 있으나 그의 얼굴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신변 경호에 있어서도 파격 그 자체다. 주변의 전언에 다르면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경호실장에게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대통령의 경호는 북한과의 대치 국면을 핑계로 지나칠 정도로 과도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건만 물 위 기름처럼 국민과는 저절로 격리되다시피 했다. 소통과 스킨십은 딴 나라 얘기였다.


 미국 대통령과 맞먹는 수준의 경호를 하다 보니 국민 불편만 가중시켰던 것이 사실 아닌가.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치겠다고 해놓고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국가와 국민의 희생을 바라는 꼴이었다. 그래서 부산 영도에 사는 자신의 모친을 방문하면서도 경호 차량 없이 버스로 이동해 돋보였다. 비정상이 정상화 된 현장이다. 철통같은 경호 망을 달고 가면 국민과는 수천리길 거리를 두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 아닌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생각하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남다르다.






 문 대통령의 격식 파괴도 눈에 띈다. 현충일 추념식에서 문 대통령의 옆자리는 정부 4부 요인 대신 목함 지뢰 사고로 부상을 입은 군인들이 차지했다.  청와대 신임 수석 등과 오찬을 하면서 자신의 재킷을 받으려는 직원에게 “내가 하겠다”며 제지했다. ‘노타이’ 차림으로 모인 문 대통령과 참모들이 손수 커피나 차를 타 먹고 격의 없이 토론하는 모습은 이전 정부와는 확연히 달라진 회의 풍경으로 문재인 정부의 향후 분위기를 상징한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한 달간 보인 ‘파격’과 ‘소통’ 행보를 점수로 매기면 100점 만점이다. 호평 일색이다. 임기 초반 국정지지율도 80%대로 고공행진이다. 분명히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가 될 만하다. 정부 전체의 조직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진정성을 담보하지 않으면 그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보여주기 위한 ‘이미지 정치’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민들은 또다시 반복되는 역사 앞에서 실의와 절망감에 빠질 것이다. 문 대통령 취임 후 한 달의 행보가 1년, 2년을 지나 임기 5년이 끝나는 그날까지 한결같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