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만원대 치킨, ‘국민 간식’ 맞나



 우리는 어떤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국민적 찬사와 부러움을 살만한 인물에게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부른다. ‘국민 타자’ 이승엽, ‘국민 MC’ 유재석, ‘국민 여동생’ 김연아, ‘국민 배우’ 최불암과 같이 주로 운동선수와 연예인에게 붙여지는 애칭이다. 누구나 좋아할 수 있고 특정인이 아닌 국민의 삶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런 느낌을 주는 대상에게 ‘국민’을 붙여 부르기를 좋아한다. 이런 말의 바탕에는 대중적 공감이 깔려 있다. 일종의 친근감의 표시이자 각박한 삶속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고 싶은 마음의 표출이기도 하다.


 치킨은 국민 모두가 즐기는 간식이다. 그래서 ‘국민 간식’이라 부른다. 서민의 삶속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고 ‘저비용 고만족’이어서 더할 나이 없는 먹을거리다. 배달 음식의 대명사처럼 돼 있어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치킨이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 때부터로 보면 된다. 물론 이전에 미국의 KFC가 1984년 국내에 들어온 뒤 ‘치킨’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본격 통용되기 시작했고 86서울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스포츠와 치킨의 매칭이 이뤄진 것이 치킨의 ‘국민 간식’ 등장을 예고한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월드컵 축구 때 경기장이나 TV 앞에서 치킨 한 조각을 뜯으며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관전한 맛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 형성된 부정할 수 없는 ‘치킨 문화’이다. 축구는 물론 야구, 농구, 배구 등 프로 스포츠의 등장과 배달 문화가 치킨 문화를 삶 속의 일부분으로 완전히 자리 잡게 했다. ‘치맥(치킨+맥주)’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든 장본인이 치킨이다. 이런 치킨이 ‘국민 간식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일부 치킨의 세트당 가격이 2만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부담 없이 즐기던 가격이 이제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서민 간식이 앞으로는 돈이 있어야만 먹을 수 있는 처지가 될 판이다. ‘국민 간식’이 맞나 싶다.






 치킨이 ‘국민 간식’의 자리를 위협받는 것에 대한 책임 공방으로 말들이 많다. 논란의 불씨를 만든 곳은 치킨 프랜차이즈 BBQ다. BBQ는 5월에 이어 이달에 20여개 치킨 제품의 가격을 900~2천원씩 인상해 대부분의 메뉴 가격이 2만원 안팎으로 뛰었다. 교촌치킨과 KFC도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생닭 값이 올랐고 많은 가맹점주들이 인건비, 임차료 상승에다 배달 대행료 등 비용이 증가해 가격을 올려 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전적으로 영세한 가맹점주 탓으로 돌렸다. 일면 이해는 되지만 언제부터 가맹점주의 어려움을 손수 앞장서 챙겨줬는지 새삼 의심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치킨 가맹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히 맞다. 가맹점 하나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소소하게 많다. 이런데도 AI로 주문은 오히려 줄고 문재인 정부는 시간당 6천470원인 최저 시급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할 방침이라고 하니 한숨만 나올 것이다. 더군다나 본사가 부담해야 할 광고비를 가맹점주에 떠넘기는 ‘갑질’까지 당하는 설움을 이루 말할 수 없다.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 또한 아무 죄 없는 가맹점주들만 피해를 고스란히 덮어쓰고 있으니 그들에겐 설상가상이다. 어디 가서 속 시원히 하소연할 곳조차 없는 이들이다. 고통은 나눌수록 적어지는 법.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들이 가격인상에 앞서 먼저 어려움을 나누는 것이 순서 아닌가 한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가격 인상 단행에 반기를 든 곳은 대한양계협회다. 불매운동 카드를 꺼내 들었다. 양계농가의 이익 대변 단체인 양계협회는 자체 조사로 치킨 프랜차이즈들 주장처럼 가맹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닭을 키우는 농가들이야 치킨 값이 올라가면 그 만큼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 당연한 반발이다. 농가에서 반출하는 생닭가격은 마리당 2천원 안팎인데 최종 소비자들이 사먹는 가격은 10배인 2만원이니 이해해 줄만한 수준은 아닌 듯하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유통구조는 그야말로 복마전(伏魔殿)이나 다름없는데 ‘을’의 위치에 있는 양계농가들이 제대로 반격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때마침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이 붙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취임했다. 그의 취임 일성(一聲)은 ‘경제사회적 약자 보호’다.


 공정위가 단순히 시장을 감시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중소기업, 소상인, 프랜차이즈 가맹점 등을 보호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는 뜻이다. 그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 시장에서는 대등한 자들 간의 자유로운 사적 계약이 아닌 ‘갑을 관계’가 맺어진다”면서 “협상력에 큰 격차가 있는 갑을 간 거래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을 풀어 가겠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이제서야 제자리를 찾은 것 같다. 다만 정권 초기에 늘 상 있어온 호기(豪氣)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다. 정부정책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으니 하는 말이다.


 김 위원장은 또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배상 책임을 가해자에게 부과하는 제도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추진할 뜻을 밝혔다.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본부의 ‘갑질’로 중소기업 등이 피해를 입을 경우 피해액 이상을 배상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향후 행보를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공정사회의 악인 불공정거래를 뿌리 뽑는 것은 공정위의 당연한 역할이다. 2만원대의 고가 시대를 맞은 ‘국민 간식’ 치킨이 전 국민이 애용하고 사랑받는 간식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닭의 생산에서 가공까지의 유통구조를 샅샅이 해부해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전국 3만6천개 치킨집 업주의 시선이 공정위에 향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상생을 바탕으로 하는 갑과 을의 관계 재설정이 공정위를 통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