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권마다 반복되는 인사 난맥상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을 흔히들 한다. 좋은 인재를 찾아 적재적소에서 활용해야 사회도 국가도 발전을 기약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말이다. 인재를 잘 쓰면 나라가 흥하고 잘못 쓰면 쇠퇴한다는 것은 우리가 역사 속에서 쉽게 배울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다. 국가의 지도자로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이런 말이 입에 오르내리고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것을 보면 실행이 어떤 이유로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발부터 이런 인선 문제로 꼬이고 있다. 정부부처 장관 등 인사 청문 대상이 되는 주요 공직 후보자 인선을 놓고 참 말도 많다. 후보자로 추천된 인물은 하나같이 하자 투성이다. 위장 전입에다 논문 표절, 다운계약서 작성, 자녀 이중국적, 탈세, 음주운전, 병역 비리라는 꼬리표가 국회 청문회장에서 줄줄이 달려 나왔다. 정권 교체기만 되면 우리 국민 모두가 눈살을 찌푸리며 들어야 했던 말들이다. 이제는 그만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묻어 있는 단어들이다. 이번에는 ‘혹시나’ 했는데 결과는 ‘역시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조기에 치러진 대선에서 자신은 역대 대통령과는 다른 행보로 국민의 마음을 얻겠다고 했다. 특히 고위공직자 인선과 관련해서는 5대 인사원칙을 제시하며 표를 구했다. 병역 면탈, 부동산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이 5대 원칙이다. 5대 ‘원칙’이라기보다는 5대 ‘비리’로 부를 정도로 강력한 배제 원칙을 피력했던 당사자가 문 대통령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에서는 또다시 이런 말을 듣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문재인 내각의 퍼즐 조각하나 하나를 뒤집어 보니 역시나 예외는 없었다. 깔수록 양파껍질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는 아들의 병역면제와 부인의 그림 강매, 청원입법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는 해외에 거주하면서 누린 본인과 장녀의 건강보험 혜택, 딸의 위장전입 및 이중국적, 세금 탈루 등이 문제가 됐다. 김상조 공종거래위원장 후보는 다운 계약서와 위장전입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는 논문 표절,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는 음주운전과 세금 탈루,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는 고액 자문료 수수와 납품비리 수사 무마, 음주운전 등과 같은 의혹들이 쏟아졌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는 ‘몰래 혼인신고’ 등 사생활문제로 청문회 전 자진 사퇴했다. 이 외에도 후보자 각각에 달린 의혹들은 부지기수다.






 털어 먼지 안 날 리 없지만 그냥 먼지정도로 생각하기에는 증량감이 너무 크다. 물론 이런 의혹들 가운데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거나 검증이 안 된 것도 많다. 하지만 누가 봐도 ‘이건 아니다’ 싶고 야당의 반발이 거센데도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이 부분에서는 과거 정권과 다를 바 없다. 청와대 대변인은 오히려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의 국민적 눈높이 운운하며 임명 강행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병역문제나 논문 표절, 위장전입 등이 과거에는 문제가 됐으나 이제는 낙마를 거론할 만큼 문제시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을 달았다. 그러면 도대체 국민의 눈높이는 누가 측정했고 문 대통령이 선거공약에 포함시킨 이유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와 이명박 정권에서 인사 검증 문제로 여당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그야말로 투쟁 수준의 발목잡기에 나선 전력이 있다. 지금의 인사 청문 정국은 여, 야의 역할만 바뀌었을 뿐 그 때와 똑 같다. 흠집 있는 인사를 공직자 후보로 인선한 잘못은 오롯이 문 대통령에게 있다. 그야말로 ‘내로남불’, 즉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다. 남에게는 엄격하나 자신에게는 관대한 이중적인 태도라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렵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행정 수반인 대통령이 인선을 할 때 혹시라도 간과한 부분을 걸러내기 위한 일종의 필터링으로 지난 2000년에 도입됐다.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막강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다. 또한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무결점의 훌륭한 인재를 국정에 활용하기 위한 취지도 담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인사검증 청문을 요청해 국회가 부적합 보고서를 채택하더라도 대통령 자의로 임명을 할 수 있다. 국회의 인사 청문은 일종의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인사 청문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고위공직자의 공직 적격을 평가하기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정책지향이나 리더십 등 전문성 검증이 아닌 개인의 사생활 등 지나치게 도덕성 검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우리 사회에 고위직 인사들의 부정부패가 만연해 국민의 불신이 큰 만큼 고위공직 후보자 자신의 과거 이력은 물론 자녀 문제까지도 도덕성과 관련된 문제라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 상충되고 있는 것이 국회 인사 청문의 실상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논란의 틀 속에서 ‘제 갈 길’을 택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의 반발에도 일부 장관은 임명을 강행하고 있다. 정권 때마다 반복되는 인사 난맥상의 재연이다. 그러나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은 것 같다.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을 보면 그렇다. 출범 초기 83%선이던 지지율이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의 낙마때 70% 중반대로 급락한 것을 보면 일부 국민의 실망감이 노골화 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에게 인사 난맥상의 책임을 전적으로 지우는 것도 무리다. 문 대통령에게도 말 못할 사정이 많을 것이다. 도대체 흠집 없는 인물을 찾기가 어렵다는 푸념도 할 만하다. 정부부처 장관 등 고위직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마다 각종 의혹이 바위에 붙어 있는 조개처럼 덕지덕지 하니 얼마나 답답할까 싶다. 존경과 솔선수범의 아이콘이어야 할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본모습이 이러하니 인물 하나 찾기가 문 대통령에게는 큰 일거리 중 하나가 되게 생겼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부터 따져봐야 할 일 아닌가. 흠결이 있으면 고위공직자 될 생각을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젊은 세대에게 던져주는 것이라도 건져야 할 판이다.






 그러나 인물난만으로 돌릴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을 한번 해부해 보자. 국무총리를 포함해 18명의 각료 가운데 대선 때 선거캠프 및 자문그룹 출신이 무려 11명에 이른다. 야당이 전형적인 ‘코드 인사’라고 꼬집는 빌미를 준 인선이다. 오랫동안 스킨십을 하면서 가까이 지낸 사람이면 그 만큼 손발이 잘 맞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또 다른 ‘코드 인사’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첩 인사가 가져온 결과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건설적 비판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것이 측근 인사여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코드만을 맞추면 인물난은 당연한 결과하다. 정권인수위 구성없이 당선과 동시에 임기를 시작한 문 대통령이 인선과 관련해 선택의 폭이 좁은 것은 맞다. 국정 운영을 위한 촉박한 시간 때문에 우선 가까이서 인물을 고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내각 1기는 그렇다 하더라도 차후에는 인력풀을 대폭 넓혀 국민 모두가 원하는 흠결 없는 그런 인재를 각계각층에서 찾아내는 노력을 펼쳐야 할 것이다. 이것이 문 대통령이 약속한 탕평과 협치의 근간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출범 초기 행보에 대다수 국민이 박수를 보냈다. 사람 쓰는 데서도 이런 박수를 받는다면 성공한 대통령의 초석은 분명히 다져질 것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