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면세점 선정 비리’ 주모자가 정부였다니..



 흔히들 면세점 사업을 ‘황금알 낳는 거위’라고 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니 구할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대박’일 것이다. 실제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과연 어떨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런 거위를 갖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 후유증으로 달걀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금값이라 한들 황금알만 할까 싶다. 황금알만 낳아 준다면 돈을 찍어내는 조폐공사가 어디 부럽겠나 싶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지역 면세점 사업 면허가 ‘황금알 낳은 거위’로 꼽힌다. 사업을 하고 싶다고 누구나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업권 취득도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사업권만 받으면 일정기간 시쳇말로 ‘황금알’을 낳아주는데다 이만한 ‘땅 짚고 헤엄치기 사업’도 없으니 재벌기업이면 누구나 군침을 삼킬 만하다. 이러니 일찌감치 정경유착의 먹잇감이 된 건 당연하다.


 정부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온갖 추측과 의혹이 난무하더니 결국은 일이 터졌다. 서울지역 면세점 사업자 선정 작업 과정에서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국회의 감사 요구에 따라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를 감사한 결과 관세청이 2015년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호텔롯데에 불리하게 점수를 산정해 탈락시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제수석실에 서울시내 면세점을 늘릴 것을 지시하자 관세청이 지시사항 이행을 위해 기초 자료 자체를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2016년에 느닷없이 면세점 수를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인허가와 관련해서는 통상 신청자가 대정부 로비를 펼치는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르지만 이번에는 관세청 등 정부가 주도한 정황이 드러나 충격이 이만저만 아니다.


 앞서 국회는 2015년에 두 차례에 걸쳐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했던 관세청이 심사위원 명단과 심사기준, 배점표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기업 일부가 최순실 국정농단의 중심인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부금을 출연해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며 감사를 요구했다. 또한 2016년 서울지역 면세점 사업자 추가 선정에서도 풀리지 않은 의혹이 있는 만큼 철저한 감사를 촉구했었다.


 그러면 ‘황금알 낳는 거위’라고는 하지만 정부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상식 이하의 처신을 했는지 의심이 간다. 아무리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라고 하나 정권이 끝나면 찾아올 뒤탈을 불을 보듯 뻔 한 데도 심사 점수까지 조작하면서 까지 무리수를 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조작사건이다. 박 전 대통령 임기 후반을 탄핵 정국으로 몰아세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한 축이 재벌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상관성을 자꾸만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감사원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부금을 출연한 기업이 그 대가로 서울지역 면세점 특허를 발급받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특혜 의혹까지 규명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전년도 면세점 심사에서 탈락했던 롯데가 2016년 서울면세점 추가선정 때 기사회생한 것을 보면 의심할만한 구석은 많다. 롯데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출연한 것과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다.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는 이런 정황이 로비의 결과로 만들어졌음을 적시해 놓고 있다. 그러면 방법은 검찰 수사 밖에는 없다. 말하자면 문재인 정부가 풀어야 할 매듭이다.


 면세점 선정 의혹의 핵심은 ‘평가점수 조작’과 ‘사업자 확대 근거 왜곡’이다. 2015년 1차 선정 때는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가, 2차 때는 두산, 신세계, 롯데 소공점이 각각 선정됐다. 특히 기존 사업장이던 롯데 월드타워점은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롯데는 평가점수를 고의로 덜 주고 한화는 점수를 더 주는 방법이 동원됐다. 다분히 ‘한화밀어주기’ 평가였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2016년에는 계획에 없던 신규 면세점 4개 사가 추가 선정됐다. 두 번 고배를 마셨던 롯데가 대통령의 선처(?)로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과 함께 특허권을 손에 쥐는 기회가 됐다. 이때는 면세점 증설의 근거가 되는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가 조작됐다. 청와대 경제수석실과 관세청, 기획재정부의 합작품이다. 투명한 면세점 선정 절차를 감독해야 하는 정부가 비리를 주도한 것이다. 주모자가 정부인 셈이다.






 정부 주도 면세점 사업자 선정 비리는 분명히 문재인 정부로 넘어 온 박근혜 정권의 그림자다. 그림자의 원천을 없애야 그림자는 사라진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 의혹들이 바로 그 원천이다. 롯데·한화·두산 등 대기업의 미르 등 재단 기부와 면세점 특혜 연관성,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의 역할 여부, 정부 관련 부처의 개입 정도 및 해당 공무원 추가 비리 여부 등은 반드시 밝혀내야 할 의혹들이다. 검찰의 책임이 무거워졌다.


 또한 의도적인 특정기업 밀어주기가 드러날 경우 부당하게 면세점 특허권을 따낸 기업에 대해서는 특허권 반환 조치 등 강력한 후속조치가 내려져야 할 것이다. 일벌백계 차원이다. 관련 근거는 충분하다. 관세법 관련 규정은 거짓 또는 부정한 공모를 통해 특허를 따낸 사실이 입증되면 특허 취소가 가능한 것으로 돼 있다. 관세청도 이를 확인했다.


 비리에 연루된 전·현직 관세청장과 기재부 공무원 등 공직자들의 법적 처벌도 필요하다. 징계 정도로 끝낼 문제는 결코 아니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비리는 바늘구멍보다도 좁은 진입장벽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일정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면세점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시장을 대폭 개방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의 인허가에 연루된 비리는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든 적폐 가운데 하나다. 솔직히 따지고 보면 정치권과 공직사회, 재계 등에서 심심찮게 저질러지는 그들만의 상부상조 아닌가. 뇌물을 주고받고도 꼬리자르기로 축소되는가 하면 죄를 짓고도 ‘유전무죄’의 틀에서 법망을 교묘하게 피한다. 이번 면세점 선정 비리도 과거 정권이면 얼마든지 유야무야(有耶無耶) 되고도 남을 만한 일이다.


 이번처럼 수면위로 드러난 것은 문재인 정권이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하지 않았는가. 권세나 세력(勢力)은 오래 가지 않는 법이다. 정부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하는 정권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열흘 붉은 꽃이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면세점 파동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국민의 눈높이에 국정을 맞추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